캐나다는 카지노, 스포츠 베팅 등 대다수 도박이 합법일 뿐만 아니라 활성화까지 이뤄진 나라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스테이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캐나다 전체 도박 시장 규모는 125억 4000만 달러(약 16조 2400억원)였다. 올해 경기도 예산(33조 81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2019년 기준 캐나다 인구의 64.5%(1890만명)는 "최근 1년간 도박을 한 적이 있다"(캐나다 통계청)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약 1.6%는 중간 이상의 중독 위험도를 나타냈다.
365일 24시간 상담 지원... 게임으로 막는 '도박 중독'
1989년부터 운영 중인 키즈 헬프폰(Kids help phone)은 캐나다 유일의 아동·청소년 온라인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다. 가정, 학교, 교우 관계 등 일반적 문제부터 학대, 괴롭힘, 자살, 중독 등 긴급 조치가 필요한 문제까지 폭넓은 상담을 제공한다. 상담은 '올웨이즈 데어(Always there·언제나 거에)'라는 앱을 통해 365일 24시간 전화, 문자, 채팅 등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모든 내용은 비밀이 보장된다.
일평균 850여명이 이용하는 키즈 헬프폰은 절반 가까이(43%)가 정신적, 정서적 문제에 대한 내용1)이다. 특히 '도박 중독'은 꾸준히 도움을 요청 받는 분야다. 캐나다 위험 행동과 건강에 대한 설문 조사(Risk Behaviour and Health Survey)에 따르면 15세 이상 캐나다 청소년의 약 3.2%가 도박 중독 문제를 겪고 있다.
키즈헬프폰은 현지 비영리 단체 리스폰서블 갬블링 카운실(Responsible Gambling Council)이 협약을 맺고 지난해 6월 웹 게임 '지혜의 집(House of Wisdoms)'를 무료 공개했다. 지혜의 집은 게임을 진행하며 도박의 위험성, 도박에 관한 잘못된 상식, 도박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교육용 게임이다. 도박 중독에 빠졌을 때 대처법과 주변에 도박에 중독된 친구가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조언해준다.
정부 지원 받는 사실상 '준공공 기관'
'아동'과 '도박 중독'은 너무 이질적이라 나란히 놓기만 해도 어색함이 느껴진다. 만 19세 미만은 복권 구매가 제한될 만큼 규제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반면, 캐나다 같은 도박 합법 국가는 조금만 관심을 게을리해도 국가적 차원의 중독 문제를 맞닥뜨릴 수 있다. 키즈 헬프폰이 '예방'과 '빠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이유다.
키즈 헬프폰은 아동 도박 문제에 대해 포괄적 지원을 제공한다. 기본 상담을 비롯해 △도박 중독 관련 정보 제공 △치료, 재활 기관 주선 △법률적 조언 등 중독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 케어해준다.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셈인데, 실제로 키즈 헬프폰은 '준공공 기관'에 가깝다. 2020년 키즈 헬프폰 전체 수익의 57%는 정부 지원 자금이었다.
키즈 헬프폰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키즈 헬프폰 자체 설문 결과에 따르면 2014년 서비스를 이용한 아동·청소년 230명 가운데 전화 상담자의 85%는 "단 한 차례의 통화만으로도 괴로움이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고 답했다. 2021년 조사에서는 문자 상담자의 74%가 "문자를 나눈 뒤 기분이 나아졌다"고 응답했다. 상담의 밀도도 높다. 같은 조사에서 상담자의 72%는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던 내용을 공유했다"며 상담자-내담자 간 진솔한 대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 kidshelpphone
'슬기로운 도박 생활' 즐기는 법은
캐나다가 도박에 전향적인 나라는 맞지만, 모든 부문에 '오픈 마인드'인 건 아니다. 일부 주는 아동·청소년의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고수하고 있다. 캐나다 '제1의 도시' 토론토를 주도(州都)로 하는 온타리오주가 대표적이다. 온타리오주에서 만 19세 미만은 복권 구매는 물론 복권 판매점에도 방문할 수 없다. 또 모든 캐나다 주는 만 18세 미만의 카지노, 슬롯머신 등 도박 기기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2019년 스스로 도박 중독을 점검할 수 있는 '캐나다의 도박 위험을 낮추는 가이드라인(Canada's Lower-Risk Gambling Guidelines)'을 수립하고 아동·청소년 및 성인의 도박 중독 예방에 힘쓰고 있다. 지역 사회는 학교·도서관·청소년 클럽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을 위한 도박 중독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녀의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한 부모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한쪽으로 치우친 규제 대신 '자유'와 '적절한 통제' 아래 건강한 도박 문화를 조성해나가고 있는 캐나다의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요한 건 도박 중독 예방, 해결을 위해 정부와 지역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중독은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 없인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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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리티 인텔리전스 캐나다(Charity Intelligence Can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