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방방곡곡이 꽃 피는 시기이다. 올해는 벚꽃도 빨리 피는 듯하다. 부산은 벌써 벚꽃이 활짝 폈다. 강원랜드중독관리센터(이하 KLACC) 동료상담사 양성과정 참가자들이 지난 3월, 1박 2일간 부산 나들이를 다녀왔다. '배우고 성장하며 회복의 힘을 단단히 하려는' 이들의 특별한 여정을 따라갔다.
봄을 찾아 떠난 여정
KLACC이 마련한 '2023년 동료상담사 워크숍 및 중독상담 기관견학'에 참여한 14명의 단도박 회복자들이 부산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사람들로 아주 시끌시끌한 곳이었다. 부산하면 꼭 봐야 할 곳으로 손꼽히는 부산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이다. 부산 중심지에 위치해 있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다.
"국제시장엔 괜찮은 구제가 많더라고요. 값도 싸고 예뻐서 우리 둘은 봄 스웨터 한 벌씩 샀어요. 어때요? 괜찮아 보여요?” “회도 싱싱하고 정말 맛나던데요."
오랫동안 부산에 살다가 지금은 정착한 희영 씨(가명)가 웃으며 옷 자랑을 한다. 그에게 부산은 고향 같은 곳이다. 5시간 넘게 먼 길을 달려왔지만 다들 부산에서의 첫날이 즐거웠나보다. 다들 아침 일찍 일어나 부산 근교 김해시로 이동했다.
"KLACC 동료상담사 양성과정에 참여하는 단도박 회복자들의 견문을 넓히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돕는 것이 이번 워크숍의 취지에요. 중독 관련 시설이나 기관을 탐방하고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동료상담사 양성에 아주 중요한 요소거든요. 이번 워크숍을 부산으로 정한 이유는 동료상담사 양성과정 참가자 분들이 부산을 되게 오고 싶어 하셨어요."

치료 공동체 리본하우스 방문, 경험 공유와 교류 지속 약속
워크숍 내내 인솔자 겸 가이드로 최선을 다한 김용근 KLACC 파트장이 "정말 어렵게 모셨다."면서 2일차 오전 일정인 견학기관 방문지 '치료 공동체 DARC 리본하우스'를 안내하며 워크숍 취지를 설명했다.
KLACC은 올해 2급 멘토 15명 배출을 목표로 동료상담사 3기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1기, 2기 합쳐 이미 2급 멘토 28명을 배출했다. 이번 '2023년 동료상담사 워크숍 및 중독상담 기관견학' 참가자들도 모두 도박중독 유경험자로 치유·회복 교육을 받고 지역사회 내 중독예방 활동을 하고 있는 동료상담사들이다. 멘토 활동에 필요한 교육과 사례 공유를 통해 동료상담사로서의 역량과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이번 워크숍의 목표이다.
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생활치료 공동체' 만들기
경남 김해시 한 주택가에 소재한 리본하우스는 중독재활시설이다. 알코올 중독자, 마약 중독자 등 6명이 작은 단독주택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재활에 힘쓰고 있다. 리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한부식 원장 본인이 한 때 마약중독자였다. 구치소에서 나와 병원 치료 중에 병원장의 권유로 중독 관련 공부를 했다. 중독재활복지사 자격증과 박사학위도 땄고, 일본 DARC 기관을 방문해 운영 프로그램을 배웠다. 약물 중독자들이 단약에 성공하고, 자립하려면 치료 공동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3년 전에 사비를 털어 리본하우스를 열었다.
"사북에도 치료 공동체 시설을 만들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저희 동료상담사 대부분이 독거노인입니다. 고령화가 현실적인 문젭니다. 리본 하우스와 계속 교류하면서 앞으로 저희 계획을 하나하나 현실화하는데 도움 받을 일이 많을 거 같습니다."
'극단 광부댁'에서 배우로 활동하면서 문화창작소 광부댁 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이경훈 상무이사가 동료상담사로서, 사북 주민으로서 지역에서 펼칠 꿈을 살짝 내비쳤다.

행복과 자신감 넘친 배움의 길
오후 일정은 부산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됐다. '중독을 통해 인간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홍성민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 원장)의 강연을 들었다. 한국중독전문가협회 윤리위원장인 그는 '중독 전문가'로 불린다.
중독 회복은 '잃어버린 나를 찾는 것'이라는 게 강연의 주 내용.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진정 자기를 찾을 때,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찾았을 때 중독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체득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번 워크숍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독으로부터 회복돼 단도박을 선언하고, 나의 회복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는 일까지 더 잘 하고자 다녀온 왕복 약 900Km '배움의 길'. 동료상담사들의 얼굴엔 행복과 자신감이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