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해주는 사람. 33년차 경력의 아나운서 이금희는 KBS1의 간판토크쇼인 ‘아침마당’ 진행을 18년 보름 동안 하면서 무려 23400여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방송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말’의 중요성을 알게 된 그녀는 자신을 이 자리에 있게 한 것도 바로 ‘말’ 덕분이라 말한다.

#1
콩나물시루에 물 주는 겁니다

어느 60대 여성 어른께서 해주신 이야기였다. 비록 무학이지만 지혜로웠던 그 어르신은 남편이 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 후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학교를 가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중학교 과정을 시작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외워지지 않는 영어단어에 자책하고 있던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여보, 콩나물시루에 물 줘봤죠? 물 주면 어떻게 돼요? 얘가 물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모르게 쑥 빠져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콩나물이 자라있어요. 공부도 그런 거예요. 할 때는 해도 해도 안 느는 것 같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거 같지만 결국은 콩나물이 쑥 자란 것처럼 실력도 쑥 느는 거예요" 남편의 그 한 마디는 아내를 성장하게 했고 마침내 그 60대 여성 어른은 대입 시험까지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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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존감 다이어리를 써보세요

이금희 아나운서의 후배 아나운서가 그녀에게 들려준 이야기였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했는데 너무나도 높은 경쟁률로 인해 4학년쯤 되니 자존감이 바닥을 치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그는 자존감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일주일 생활계획표를 짜듯 처음에는 매일 토익공부 10분, 매일 한국어능력시험 공부 1분 이런 식으로 쉽게 동그라미를 칠 수 있도록 하니 일주일이 다 동그라미가 되었다. 그 다음 주에는 12분, 그 다음 주에는 조금 더 길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늘려가다 보니 1년 후에는 동그라미가 가득한 다이어리가 되었다. 중간 부분에는 아나운서 면접 관련하여 상식이나 예상문제를 적어뒀다가 면접 보러 갈 때 들고 가서 기다리는 동안 자존감 다이어리를 펼쳐보았다. '어? 나 이렇게 열심히 했네. 그래, 다 동그라미잖아. 와 1년간 나 정말 최선을 다했네.' 그 후배는 자존감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그 증거들을 보며 자기 자신을 믿게 된 것이다.

#3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겁니다

학부에서 정치외교를 전공하고 방송 일을 하면서 부족함을 느낀 이금희 아나운서는 뒤늦게 석사과정을 밟게 되었다. 밤에 코피까지 흘려가며 석사논문 쓰느라 고생했기에 박사과정은 절대 밟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결국 박사논문까지 쓰게 된 그녀는 매일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근데요. 공부는요. 엉덩이로 하는 겁니다"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사로잡혀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그녀에게 했던 교수님의 그 한 마디 말은 지금도 그녀를 성장하게 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오래 앉아 있는 것 만큼은 자신 있었기에 그녀는 주말에도 36시간을 앉아 커피와 초콜릿으로 끝까지 버텨가며 박사논문을 완성했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는 머리로 하는 일보다 엉덩이로 하는 일이 훨씬 더 많을지도 몰라요."" 교수님의 한 마디로 버텨낸 박사논문의 경험은 그녀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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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냥 놔두세요 재미있잖아요

마지막으로 그녀를 성장하게 한 말은 바로 어머니의 한 마디였다. 다섯 자매 중 넷째 딸이었던 이금희 아나운서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유치원에 가지 못했다. 집에서 창 너머 보이던 유치원의 율동을 혼자 따라하고 있는 딸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6살을 갓 넘겼을 때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학교 다니는 게 너무 좋았던 그녀는 하교 후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중계방송 하기 시작했다. 위로 언니가 셋이나 있기에 어쩌면 4번째 재방송일 수도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어머니는 귀 기울여 다 들어주셨다. 저녁식사 시간까지도 그녀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자 아버지는 "밥 먹는데 얘기하면 복 달아난다" 했지만 어머니는 "놔둬요. 재미있잖아요"라며 어린 그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어주셨다.

"콩나물 시루에 물 주는 겁니다", "자존감 다이어리를 써보세요",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겁니다", "그냥 놔두세요 재밌잖아요" 어떻게 보면 별 말 아닌 것 같은 이런 말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금희 아나운서를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전한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되어 당신도 그녀처럼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