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한 영상이 퍼지기 시작했다. 바로 '숏박스' 채널의 '장기연애' 영상이었다. 오랫동안 연애한 커플의 데이트 장면을 드라마 형식으로, 시청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게 제작한 것이 특징이었다. 한 번 SNS를 타고 영상이 퍼져나가자 숏박스 채널의 무수한 콘텐츠가 발굴되기 시작했고 2023년 3월 현재 숏박스 채널의 구독자는 246만명에 육박한다. 그렇게 2015년, KBS 공채 30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원훈은 <개그콘서트> 폐지 후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숏박스 채널로 인기를 거머쥐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SNL코리아에도 출연 중이다.
© 메타코미디
코미디 연기의 매력을 발견하다
대학교에서 뮤지컬을 전공했던 그는 졸업 후 연극, 뮤지컬 등 크고 작은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 공연에서 다소 희극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던 중 그가 하는 대사에 관객들이 웃고 반응하는 모습에 희열을 느꼈다. 문득 그는 평소 주변 사람들이 종종 그에게 재미있다 이야기 하던 게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코미디에 어느 정도 재능도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무대에서 느꼈던 그 행복감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김원훈은 긴 고민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KBS 개그맨 공채시험에 지원했고 한 번에 바로 합격을 한다. 그는 재능이라기보다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저는 만약 지금 오디션 한 번 더 보면 무조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겸손이 아니라 정말로요."
방황 중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
KBS 공채 개그맨으로서 데뷔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사람들 앞에서 "개그맨 김원훈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코미디 무대를 향한 목마름으로 참여한 개그콘서트에서 오랫동안 빛을 발하지 못해 '개그맨이 내 길이 아닌가' 생각한 적도 많았다. "2015년 데뷔를 해서 2016년에 1대1이라는 코너를 5주 정도 했지만 그 후 2019년도까지 개그를 안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 사이에 제가 개그콘서트 코너 검사를 진짜 많이 맡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다 통과가 되지 않고 계속해서 떨어지는 거예요. 그때 당시 '난 이 길이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에 방황을 많이 했어요." 비록 방송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마이크 잡는 일 만큼은 놓고 싶지 않아서 결혼식 사회와 레크레이션 강사 등 행사 일을 하며 그 시간을 버텼다. 그러다 2019년 1월 그를 개그콘서트 무대로 다시 이끌어준 첫 번째 코너가 통과 됐고 열심히 하다 보니 점점 더 반응도 좋아서 한꺼번에 코너가 3개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개그가 재미있다'고 느껴지던 시간도 잠시, 2020년 개그콘서트가 종영되면서 아예 무대가 사라져버렸다.
유튜브 <우낌표> 캡쳐 화면 © 메타코미디
개그콘서트 폐지 후 찾아온 우울증
개그콘서트가 사라지면서 그에게 심한 우울증이 찾아 왔다. 그 시절 후배 개그맨 조진세와 지금의 아내인 당시 여자친구의 위로와 격려가 없었다면 그 시간을 버텨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를 유튜브의 길로 이끈 것도 조진세였다. 김원훈은 "진세가 옆에서 믿어주고 이끌어줘서 지금 잘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정말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고 의욕도 없고 이 길이 맞나 싶을 때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특히 주변 사람들한테 내가 뭘 잘하는지 많이 물어봤었어요. 주변에서 너는 연기를 잘해 너는 말주변이 좋아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럼 나는 이쪽으로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었죠"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진세와 함께 시작한 유튜브 첫 채널은 숏박스가 아닌 '우낌표'였다. 초반에는 수익이 나지 않아 한 사람당 40~50만원 정도 가져가는 세월이 생각보다 길어져 막막하기만 한 시간을 보냈다. 가망이 보이지 않았지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포맷을 바꿔 딱 6개월만 버텨보자 시작한 '숏박스' 채널에서 드디어 대중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저는 그냥 포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스스로는 뭘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코미디라는 연기를 정말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별다른 수익이 없던 시절 차라리 다른 직업을 찾는 게 어떠냐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가 정말 많았어요. 더 많이 벌 수 있는 다른 아르바이트의 유혹도 있었지만 저는 이 계통 관련 일을 도저히 놓고 싶지 않아서 아무리 작은 행사라도 대중 앞에 서는 일을 하며 버텼어요. 그런 꾸준함이 저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해주지 않았나 싶어요"
TV 프로그램 <SNL 코리아> 방송 화면 © 메타코미디
대중이 인정하는 개그맨이 되기 위해
데뷔 8년 차인 지금도 여전히 그는 자신의 영상을 꼼꼼히 모니터링 하고 대중의 반응 살피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가끔씩 꺼내보는 영상이 하나 있다. "제가 신인일 때 친구가 개그콘서트 방청을 왔다가 동영상을 찍어준 게 있거든요. 저는 아직도 그 영상을 핸드폰에 저장해두고 가끔 보면서 '초심을 잃지 말자'라는 생각을 해요. 그 영상 볼 때마다 '그때는 정말 연기도 어색하고 정말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죠. 지금도 저는 SNL이든 어떤 방송을 하든 제가 나오는 거를 꼭 영상으로 촬영해두는 편이에요. 현장에 만약 관객 분들이 있다고 하면 어떤 개그 포인트에 딱 맞아떨어져서 관객 분들 웃음이 흘러나올 때 '아 이런 부분들을 좋아하시는구나' 이렇게 연구를 하는 편이에요. 제가 재능이 많이 없어서 이렇게라도 계속 노력하려고 해요. 신인 시절에도 개그맨으로서 제 얼굴이 그리 잘생긴 것도 못생긴 것도 아닌 너무 밋밋하고 평범한 얼굴이라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엄청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소망
마지막으로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대답했다. "사실 제 목표는 다 이룬 것 같아요. 이제는 남들 앞에서 떳떳하게 '개그맨 김원훈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제가 바라는 건 아직도 개그를 너무나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 우리 후배들이랑 동기들이 진짜 다 잘 돼서 함께 방송에서 만나는 거예요. 홍성현, 장하나, 김민희 , 이창윤, 조충현, 송재인, 심문규 이렇게 7명이 KBS 30기 공채 개그맨 동기들인데 지금 잘 되고 있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든 다 열심히 하고 있는 건 똑같아요. 옹달샘 선배님들처럼 우리가 언젠가 우연치 않게 다시 만나서 같이 방송하게 되면 정말 재미있고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요즘 부쩍 바빠진 스케줄에도 현실에 취해 있지 않고 주변을 살피는 김원훈의 따뜻한 마음이 머지 않아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