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다른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때로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삶의 의미와 존재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관계를 유지하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관계 자체에 얽매이거나 의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혼자인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친밀한 관계를 맺을 누군가를 찾는다. 혹 그렇다면 '관계중독이 아닐까?' 의심해봐야 한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관계중독이란 개인 내면의 공백을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채우며, 삶의 의미를 내가 아닌 타인에게서 찾는 것을 말한다. 관계중독에 빠진 이들은 비합리적일 만큼 인간관계에 집착하고, 관계를 통해 더 많은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 갈구한다. 그런데 이러한 갈구가 심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 대상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태가 된다. 그 결과 스스로 온전한 존재가 되지 못하고 주체성을 상실하는 등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관계중독은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또 다른 나로 여겨 경계를 긋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본다. 즉, 나와 너의 구분이 없는 상태라는 것. 전문가들은 관계중독에 대해 '나' 없이 '너와 함께하는 나'만 있는 상태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는 여러 증상으로 나타난다. 강박(나한테는 이 사람뿐이야), 걱정과 공포(이 관계가 깨질지 몰라), 즉흥성(당장 만날래), 주변 관계 악화(그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아), 의기소침(나 혼자서는 안 돼), 부정(당신들 말은 틀려) 등이다.
관계중독은 누군가를 소유하기 위해 매달리는 경향을 보인다. 관계에 목말라하는 만큼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익힌다. 하지만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감정을 꾸밀 뿐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지는 못한다. 상대에게 몰두하다 보니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일을 못 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관계중독은 타인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평가하고 자신보다 상대의 요구를 우선시한다. 때문에 상대방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쉽게 상처를 입는다. 이들은 상대가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상처를 주더라도 떠나지 못한다. 폭언과 폭력을 당하는 파괴적 관계에서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거절을 비롯해 상대로부터 겪는 부정적 정서에 약하고 버림받고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크기 때문이다.

일상 속 중독 이미지 © Shutterstock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내 삶을 지키는 일부터 먼저!

중독 수준의 관계는 아름답지 못한 관계로 변질이 되고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일단 관계 중독에 빠지면 삶의 가치나 행복이 타인에 의해 심하게 흔들린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해 충동적으로 자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우울증, 편집증, 폭식 등이 생길 수도 있고, 알코올 중독이 등의 또 다른 중독을 불러오기도 한다. 드물지만 자살을 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관계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거리두기'다. 자신과 상대와의 거리를 적정하게 유지한 채 자신의 애타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이다. 그리고 공허함과 헛헛함을 채우기 위해 사람과의 관계에 집착하고 있음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다음 단계는 '놓아주기'다. '상대방을 위해 나를 희생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상대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스스로 놓아준다. 그리고는 '자기 돌봄'을 해야 한다. 그 시간을 통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수많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지쳤던 마음을 스스로 위로해야 한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은 '자신과 친구 되기'다.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고, 혼자만의 취미생활을 하면서 타인에게 의존했던 습관을 고쳐나간다. 그동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에너지를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스스로 당당해지면 타인에게 기대려 하는 마음도 줄어든다. '싫다', '좋다'는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연습도 하자. '싫다'는 표현이 당장은 부담스럽지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분명하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이러한 과정이 어렵고 힘들며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 같아서 두렵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상대와의 관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는 상대와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상태에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내 삶이 없는 타인과의 관계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과 같다. 건강한 인간관계는 내 삶을 온전히 지키면서 타인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이루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내가 설마 관계중독?'

● 친구의 무리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회식 자리는 끝까지 남는다.

●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보다 인맥이라고 생각한다.

● 내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은 인맥 관리다.

● 모든 인간관계는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니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 급한 일이 있는데도 동료가 '얘기 좀 하자'는 말에 거절하지 못한다.

● 동료들과 근무시간에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편이다.

● 휴대전화 메시지 주고받기를 즐긴다.

● 웹 메신저 대화를 먼저 끝내기 어렵다.

● 친구와 동료의 생일과 기념일을 기억해뒀다가 선물하고,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것은 내 몫이다.

● 소속된 동호회가 많아서 게시판을 둘러보는 데만 한 시간이 걸린다.

● 메신저를 업무 이외의 용도로 하루 2시간 이상 꾸준히 사용하면서 친분관계를 돈독히 한다.

● 내가 신경을 써주는 것에 반해 상대방이 내 노력을 몰라주거나 당연하게 여겨 서운할 때가 있다.

● 사람들이 나를 따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너무 우울할 것 같다.

● 내가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이제 그만 만나자'이다.

● 내 생각과 다르지만,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동의한 적이 있다.

0~2개면 관계중독의 가능성이 없으며 자의식이 강한 편이다.
3~7개면 관계지향적인 사람으로, 주변에서 좋은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다.
8개 이상이면 관계중독 성향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

자료:대한신경정신의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