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불안과 무기력을 다스리는 법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적정한 삶 :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인지심리학의 위로와 통찰> 저자

글. 편집실
출처. 세상을 바꾸는 시간, 나머지 45분

불안의 노예가 되기 딱 좋은 시대

인지심리학이라는 낯선 영역을 친근한 언어로, 그러나 깊이 있는 통찰로 풀어주는 김경일 교수. 그가 이 시대에 만연한 불안과 그것이 초래하는 무기력, 분노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안은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태에서 느끼는 편치 않은 감정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편치 않은 감정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무언가를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불안은 잘 쓰면 좋은 에너지가 되지만, 불안의 노예가 되면 그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다. 인간이 가장 기피하는 심리 상태인 불안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다스려야 할까.

1. 불안할 때 반성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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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할 때 반성하면 자꾸 자기 부정을 해요” 그는 말한다. 불안한 상태에서 자기반성을 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후회할 선택을 하더라고. 더군다나 지금은 개인과 세상 모두 불안한 때이다. 이런 때의 지나친 자기반성과 자기 점검은 결국 좋지 않은 선택을 끌어낸다. 반면 불안을 잘 관리하는 사람들은 화창하고 기분 좋은 날 가볍게 자기반성을 하는데, 이러한 반성은 오히려 긍정적인 자기 점검으로 이어졌다. 이렇듯 나의 불안뿐 아니라 세상, 주변의 불안을 살피면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주 흐린 날 즐거운 대화를 하거나 화창한 날 가벼운 평가 회의를 하는 것.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긴장감이 중요해요” 통찰의 조언이다.

2. 불안을 다스리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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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이 불안이다. 그래서 그는 불안할 땐 오히려 구체적인 것을 만들어 보라고 조언한다. 메모지를 한 장 꺼내 이번 주에 할 일을 적어 보는 것도 좋다. 세상도 불안하고 내 주변도 불안한 와중에 당장 이번 주에 할 일을 가만히 적다 보면 나는 구체화 된다는 것이다. 나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곧 불안을 다스리는 과정이 될 수 있다.

3. 어차피 세상은 바꿀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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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초래하는 부정적 결과 중 하나가 무기력이다. 무기력은 근본적으로 내가 어떻게 하든 결과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고 결과는 멋대로 일어난다는 생각으로부터 온다. “세상은 어차피 못 바꾼다 치고, 내가 세상을 보는 관점에서 무기력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고칠 수 있어요”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 관점을 고쳐보자는 제안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예상 보다 잘된 일’, ‘예상보다 안 된 일’ 모두를 복기하고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세상이 더 잘 보이게 될 거라고 그는 조언한다. 그것을 통해 나와 내 주변의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됨으로써 이후에 도래할 무기력한 상황을 잘 피할 수 있다고 말이다.

4. 까칠한 사람들은 분노조절장애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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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아껴둔 요구르트를 먹은 딸에게 화를 내버린 에피소드를 들며 분노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에 지쳐있던 때라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과하게 화를 냈다는 것. 화를 참고 가둬두면 분노가 된다. 분노는 물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분노를 느낀다면 넓은 공간에 가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참아왔던 것(화)을 편안한 대화와 가벼운 운동, 잠 등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까칠한 사람들은 화를 속에 쌓지 않고 일상적으로 툭툭 꺼내 해소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크게 분노하는 일이 없다. 그는 크기보다 빈도를 조절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큰 무기력, 큰 분노는 큰 조치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해 보일지라도 여러 가지 방법을 여러 번 썼을 때 해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