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는 어려지고 대상은 넓어져

고속도로를 지그재그로 운전하는 음주 의심 차량이 붙잡혔는데, 알고 보니 운전자가 마약 수배자였다거나 택시에 승객이 두고 내린 가방안에서 필로폰과 헤로인 등 마약이 발견돼 경찰이 가방 주인을 긴급 체포했다는 소식 등은 이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뉴스가 되었다. 유흥가나 클럽 등에서는 어렵지 않게 마약을 구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는 공공연하게 각종 마약류가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청에서 발표한 '2020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1만 8,050명으로 2019년보다 12.5% 증가했다. 30대 이하 마약사범도 9,322명(51.7%)으로 전체 마약사범의 절반을 넘는다. 2016년 30대 이하 마약사범이 총 5,489명인 것과 비교했을 때 69.8%나 증가한 수치다.
연령대는 어려지는 추세다. 지난해 경찰이 검거한 마약류 사범 중 20대가 3,2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2,803명), 40대(2,346명) 순이었다. 마약류 사범 중 20대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마약 단속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해외에서 생활해 본 사람이 많아지고,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SNS) 등을 통해 마약이 유통되면서 일반인도 쉽게 마약에 노출된 결과다.
특히 청소년기는 아동에서 성인으로 성장해가면서 매우 급격한 변화와 함께 성숙하는 시기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감정적 어려움, 반항과 방황을 겪을 수 있고 비행이나 약물 남용에 빠지기도 쉽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69명이던 미성년자 마약사범은 지난해 241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마약사범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따져도 2017년 약 0.8%에서 2020년 약 2%로 증가했다.

쾌락은 한 순간! 삶을 망가뜨리는 치명적인 중독

마약(narcotics)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면서 오용 또는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약물이다. 마약류에는 중추신경계 활동을 증가시키는 코카인, 암페타민 등의 흥분제, 중추신경계의 선별적 저하를 일으키는 헤로인, 모르핀 등의 아편류, LSD 등의 환각제, 본드 등의 흡입제, 그리고 대마초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마약은 단 한 번의 경험이 강한 기억이 되어 중독으로 빠지게 만든다. 부작용 또한 심각해 일부 마약은 매우 강력한 호흡 억제를 나타내어 갑자기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폐 손상은 물론 면역력 감소로 인한 각종 감염 및 피부병변이 생긴다.
무엇보다 마약은 뇌에 구조적, 기능적 손상을 남길 수 있는데, 이러한 손상은 우울증, 조울증 등의 기분장애, 환각 등을 동반한 정신증, 불안과 공황 등의 다양한 정신질환을 유발한다. 만성적으로 사용한 경우에는 뇌 손상이 심화돼 인지적 저하가 나타나고 삶에서 즐거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만성적인 무기력증을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마약은 도파민 관련 신경망에 영향을 끼쳐 판단 및 통제력 발휘에 관여하는 전전두엽과 정서를 담당하는 변연계 등 뇌 영역의 기능 발휘를 저해 혹은 왜곡시켜 감정과 충동 조절에서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한 번 시작한 마약을 중단할 경우에는 금단현상도 심각하다.
마약 문제는 여러 법적인 문제와 엉켜 있기 때문에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고 숨기는 경우가 많다. 마약 중독과 마약 관련 범죄가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이에 따른 재범률도 높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전체 마약 사범 1만2,613명 중 36,6%(4,622명)가 다시 마약류 범죄로 처벌받았다.
마약의 강한 의존성과 내성 때문에 마약을 취하려는 강한 욕구는 더 이상 개인만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독과 재범의 고리를 끊으려면 치료가 필수다. 마약 중독을 겪고 있는 이들이 적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치료와 재활에 대한 대책, 아울러 교육을 통한 마약 중독의 예방 등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