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박중독 치료의 중심이 되다

진심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최삼욱 원장.

KLACC과 진심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인연은 2016년부터 이어졌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국제이사이자 진심 정신건강의학과를 이끌고 있는 국내 최고의 도박중독 치료 전문의 최삼욱 원장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를 딴 후 당시 알코올 중독 치료로 유명했던 성안드레아 병원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그후 중독센터장을 맡으면서 중독치료를 시작했는데요. 알면 알수록 흥미롭고 의미도 있는 일이라 더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006년에 강북삼성병원 전임의로 들어갔죠.” 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클리닉이 운영됐던 강북삼성병원에서 트레이닝을 하던 그는 같은 해, 도박형 게임장 ‘바다 이야기’ 사건이 벌어진 후 수많은 도박중독자들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도박중독 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울산대학병원, 을지대학병원 등을 거쳐 2015년 12월, 지금의 진심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개원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도박중독을 다루는 정신과 의사가 별로 없었기에 KLACC과 진심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
현재 진심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는 중독 클리닉을 비롯해 우울 불안 클리닉, 성인 ADHD 클리닉, 폭식 비만 클리닉 등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행위중독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도박중독을 치료하는 병원이며, 행위중독 연구와 전문가 교육에서도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최삼욱 원장은 “도박중독자들은 치료를 받고 싶어도 비용 때문에 망설입니다. 막상 치료를 시작해도 중간에 관두는 경우가 많은데요. KLACC을 통해 지원을 받으시면 비용 걱정 없이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단도박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라고 말했다.
진심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그룹 치료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최삼욱 원장이 직접 진행하는 6주 프로그램으로 도박중독 치료의 목표 설정부터 도박중독 개념의 이해, 충동조절, 돈 관리, 가족의 신뢰 회복, 스트레스 및 재발 예방 등 체계적인 치료가 이뤄진다. 중독질환은 개개인에 대한 상담도 중요하지만, 집단 치료에서 얻는 것들도 많기에 눈 여겨 볼만하다. KLACC 전문위원 상담 후 신청할 경우 치료비 지원을 받아 이용할 수 있다.

관계 회복을 위해 일상의 변화 필요해

도박중독 치료는 도박을 끊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도박중독에 빠졌던 세월동안 망가진 것들을 해결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가족과의 관계다. 도박중독 치료를 하며 수많은 케이스를 봐왔던 최삼욱 원장에게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 “10년 동안 GA(단도박 모임)에 참여하시면서 적극적으로 단도박을 실천하던 분이 순간의 실수로 다시 도박중독에 빠지셨어요. 아내와의 관계도 안 좋은 상황이어서 딸의 설득으로 저희 병원에 오셨죠. 아까 말씀드린 그룹 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셨고, 최소 2년은 해야 하는 외래치료도 꾸준히 하면서 좋아지셨죠.” 최삼욱 원장은 치료과정 중 가족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실천사항을 제안했다. 그중 하나가 딸과의 산책이었다. 내담자는 최 원장이 제안한대로 딸과 매일 산책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성장과정에서 느낀 딸의 고충에 공감하며 관계를 회복했다. 또한 결혼 후에도 집안일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었지만, 생전 처음 설거지를 하며 가정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도박중독자의 가족들은 반복되는 거짓말과 행동으로 일관하는 도박중독자에게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도박만 안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라고 생각은 위험하다. 가족들은 내담자가 도박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현재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게임 줄이기 등 일상 속의 소소한 변화가 신뢰를 회복하는 첫 단추가 된다는 게 최삼욱 원장의 설명이다.

단도박은 목표가 아닌 시작!

최삼욱 원장이 공동집필한 도박중독 치료 가이드 ‹어쩌다 도박>.

최근 진심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는 주식, 코인 등의 투자에서 도박의 모습을 보이는 이들을 대상으로 치료 순응도를 올리는 법에 대해 고민 중이다. 중독 치료는 당뇨병을 치료하듯이 오랫동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요즘은 평균적으로 학력이 높고, 수입도 많고, 직장생활에도 문제 없는 분들이 너도나도 투자를 하며 도박의 성향을 보입니다. 자기 주장이 뚜렷해서 자신이 중독에 빠졌다는 걸 인정하지도 않고, 설득도 안되죠.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주식 중독 관련 책을 준비 중입니다.”
KLACC과의 협업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기존처럼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도박중독 치료가 필요하거나 우울증, 공황장애, 양극성 장애 등 공존질환을 가진 이들의 치료 등도 계속 진행된다. 최삼욱 원장은 “도박중독은 뇌의 병, 마음의 병, 영혼의 병으로 불립니다. 치료 목표를 단도박이 아닌 뇌의 건강과 심리적 회복으로 생각하고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야죠. 그 단계까지 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해요.”라며, 단도박은 목표가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유일의 도박중독 그룹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책임감으로 명맥을 이어온 진심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처음 개원을 할 때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진심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행보가 기대된다.

“치료 목표를 단도박이 아닌
뇌의 건강과 심리적 회복으로 생각하고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