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속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

경진 씨는 누구에게나 평범하게만 보이는 일상이 힘겨웠다. 네일아트 숍을 운영하며 돈을 벌었지만 남편과는 대화 없는 사이가 된지 오래였고, 퇴근 후에는 딸 쌍둥이, 아들 쌍둥이까지 총 네 아이를 돌보느라 개인적인 시간이 거의 없었다. 집에 있으면 머리가 아픈 나날이 반복됐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러 갈 데도 없었다. 그때 손님들에게서 카지노에 대해 처음 들었다. 공기 좋은 곳에서 게임을 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경진씨가 상상한 카지노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차를 끌고 카지노로 향하는 길은 설렘 그 자체였다. 왠지 돈을 많이 딸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었다.카지노에 도착 후, 경진씨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룰렛이었다. 3만원으로 시작한 게임은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여기서 멈췄다면 괜찮았을까? 그녀는 카지노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커다란 룰렛을 발견하고, 10만 원을 베팅했다. 5배가 불어난 50만 원이 경진 씨의 손에 들어오면서 카지노의 유혹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경진 씨는 시력이 떨어지면서 숍을 접게 됐고, 그때부터 카지노에 드나드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하루에 200~300만 원을 쓰는 건 우스울 정도였다. 잃은 돈을 다시 찾자는 생각으로 게임에 몰두한 1년 반, 그 사이에 달라진 건 없었다. 돈이 떨어지면 대출을 받고, 지인에게 거짓말을 하고 돈을 빌리는 경우도 많았다. 막판에는 가족에게도 손을 벌렸다. 오빠에게 빌린 800만 원을 다 잃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내가 오빠한테까지 돈 얘기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카지노에 대한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경진 씨는 돈도 없고, 막막한 현실 속에 ‘차라리 죽을까’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건가 싶어 자책만 하던 그녀는 도박을 완전히 끊기로 결심했고, 그 길로 클락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물론 단도박 과정은 쉽지 않았다. 어렵게 결심했지만 마음은 지옥 같았다. 클락을 통해 치유 교육을 받는 시간들도 버겁게 느껴졌고, 가슴 속에 응어리가 져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 울곤 했다. 결국 시간이 약이었다. 그녀는 도박에 대한 생각도, 현실에 대한 무기력함도 서서히 떨쳐버릴 수 있었다. 클락의 직업재활프로그램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취업도 준비할 수 있었다.
이제 경진 씨는 거의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한다. 현실을 피해 도망치듯 카지노를 찾았었지만, 그녀의 진정한 행복은 도박이 아닌 아이들과의 시간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엄마의 빈자리를 느꼈을 시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는 경진 씨. 이혼 후 아이들을 홀로 키워야하는 상황이지만, 더 씩씩하게 미래를 그려본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그녀의 앞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