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도박 등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행동을 할 때에도 가끔씩 하거나 과도하지 않다면 걱정하거나 행동을 멈출 필요까지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습관화’되고 더 심해지며, 즉각적인 만족을 위한 대응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중독에 이르게 된다. 술이 술을 부르듯이, 도박 갈망 때문에 도박을 끊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 더 많은 자극, 더 잦은 행동을 유발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개인적인 삶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직장, 사회에도 문제를 야기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회복: 행동중단과 습관개선노력에서 출발

모든 중독행동 치유의 출발점은 그런 행동을 멈추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갈망이나 충동이 사라질 때까지 참고, 행동을 통제하는 방법에는 인지행동치료(CBT), 합리적정서행동치료(REBT), 동기강화치료(MET), 12단계 치료 등 여러 가지가 있다. 2010년대에 들어서 미국에서는 영성의 힘에 의존하거나 질병차원에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동기강화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 과학적 지식에 바탕을 두고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를 고려하여 ‘습관’을 개선하는 ‘자기관리중독회복훈련’이라는 SMART(Self-Management and Recovery Training) 회복방안이 새롭게 활용되고 있다. 이 방법은 중독유관단체의 공인을 받아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도 2019년부터 상담에 활용하고 있다. 이 방안은 회복과정에서 치료동기를 강화하면서 지속하도록 하고, 갈망·충동을 통제하며, 생각·행동·감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균형된 생활을 통해 중독을 치유한다는 4가지에 초점을 맞추고있다. 효과적인 회복을 위해 매일매일 처한 상황과 문제, 느낌, 대응 등을 기록할 것을 요구한다.
치유의 방식은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대면직접상담이 가장 효과적이나, 치유의 시간적, 공간적, 물리적 제약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여러 나라에서는 전화, 인터넷, 화상 등 ‘온라인 개별 및 집단상담’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SMART 프로그램에도 온라인 회의나 포럼이 활용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일상적’ 삶은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같은 이치로 중독자의 삶 역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독자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손상되는 것이 무엇이고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미래를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결심하는 ‘동기’를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회복의 첫 번째 과정이다. 이점이나 보상, 위험이나 단점을 비용편익분석을 하듯 따져보는 것이다. 그래야만 변화를 위한 동기가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충동에 대처하는 것인데, 뇌는 중독행동의 촉발요인과 마주하거나 떠올릴 때 중독행동을 상기하게 된다. 충동은 심리적인 것이므로 저항하는 것은 신체적 또는 정서적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 충동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촉발요인이 무엇인지를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충동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인데, 피하거나, 벗어나거나, 관심을 돌리거나, 부정적 결과를 떠올리는 등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있지만, 가족이나상담사에게연 락하거나, 사회적 지지를 얻도록 호소하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관리하는 것이다. 중독자는 죄책감, 부끄러움, 우울이나 분노의 감정을 가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존재가치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부정적인 신념을 지나치게 일반화하기보다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반박’을 통해 변화를 꾀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을 한 적도 있고 할 수도 있다’는 식의 반박을 통해 스스로 변화 동력을 찾아보는 노력을 경주하자는 것이다. 한 번의 실수가 습관화되고 재발로 이어져 중독에 이르렀던 과오를 벗어나, 회복과 성장의 기회로 삼도록 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생활패턴이 습관이 되도록

건강을 회복하고 단기 및 장기적인 만족을 가져다 주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회복’의 목표다. 장기적인 행동변화에 성공하려면 균형 잡힌 삶이 ‘몸에 배도록 하여야 한다.’ 삶의 가치와 우선순위, 꿈이나 바람, 시간적·개인적 능력이나 한계 등을 감안하여 ‘중독행동을 대체하는 삶’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 정직하게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실패할 위험을 무릅쓰는 대신, 가족, 친구, 동료 또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좋다. 부담스러운 경우,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일상을 유지해야만 지속할 수 있다. 스스로의 삶을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우리는 서양 사람들에 비해 감성적이고 여가문화가 다양하지 못하며, 또 즐기는 방식과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여가문화에 맞는 대안활동을 찾고 자신의 일상과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회복에는 하나의 정답(a single right way)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중독자들은 회복노력을 조금씩 다르게 수행한다. 모든 사람이 치유전문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결심으로 자연치유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어떤 경우든 ‘도박중독’은 치유해야 할 질병이다. 치유와 회복은 도박을 중단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회복의 여정은 평생임을 유념해야 하며, 일상의 삶을 영위하는 것이 회복의 궁극적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