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실 카툰.유니콘스튜디오
단도박 7년차 민섭(가명) 씨는 18년 전, 도박 중독으로 가정도 잃고 사업도
잃은 채 도망치듯 홀로 사북으로 내려와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리라
다짐했다.
모든 것을 잃고 내려온 이곳에서 강원랜드 마음채움센터 덕분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민섭 씨는 사업이 한창 힘들던 시기 카지노를 접했다. 거래처 담당자의 권유로 처음 강원랜드를 방문한 날, 큰 돈을 땄을 때의 그 쾌감을 잊지 못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카지노를 찾았다. 그렇게 도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 그는 결국 가정도 깨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래처에 사기를 당해 사업까지 정리해야만 했다.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민섭 씨는 도망치듯 가방 하나 달랑 들고 강원랜드가 있는 사북으로 내려와 남은 생을 보내리라 다짐했다. 매일 카지노를 드나들며 얼마 남지 않은 재산까지 도박으로 다 잃은 민섭 씨는 연고 하나 없는 타지에서 어떻게든 먹고 살아보려 택시기사 일을 시작했다. 지역 특성상 택시에서 만난 손님 대부분이 카지노 이용객들이었는데, 도박중독으로 인해 누구 하나 행복한 사람이 없었던 그들과의 대화에서 민섭 씨는 도박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택시 회사 파업과 복직을 경험하며 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직업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어느 날 지역 아카데미 강좌를 듣게 됐다.
민섭 씨는 지역 아카데미에서 우연히 주민들로 구성된 극단의 단원을 만나 같이 교육을 받으며 친해졌다. 단원 대다수가 광부의 부인들이었기에 ‘광부댁’이라는 이름을 가진 극단의 연극 ‘탄광촌 아라리오’를 보며 민섭 씨의 가슴 속에는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또 다른 꿈이 자리잡게 되었다. 배우가 아닌 스태프로서 극단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광부댁’에 합류하게 된 민섭 씨. 하지만 단원들의 눈에 그는 외지인이자 도박 중독자였기에 그들의 마음을 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단원들에게 신뢰를 얻고 싶었던 민섭 씨는 다시는 도박에 손도 대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강원랜드 마음채움센터(KLACC)를 찾아가 카지노 출입 영구정지를 신청했다.
강원랜드 마음채움센터(이하 KLACC) 첫 상담에서부터 민섭 씨는 극단에 대한 자신의 애정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마침 협동조합 설립 교육 관계자였던 KLACC 전문위원은 그에게 극단을 협동조합으로 발전시켜볼 것을 권유했다. 그 덕분에 민섭 씨는 교육을 이수하여 순수 아마추어 극단이었던 광부댁을 협동조합으로 자리잡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KLACC 직업재활 프로그램으로 컴퓨터학원에 다니면서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취득한 민섭 씨는 각종 공모사업이나 정부지원사업도 신청하여 극단의 반경을 넓혔다. KLACC 전문위원과의 대화에서 도박중독 관련 연극 기획 아이디어도 얻었다. 지역주민과 도박중독 회복자들이 함께 준비한 연극 ‘사북오거리 황금식당’은 춘천연극제 소소연극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KLACC 가족캠프에서 이 연극을 공연하여 회복자와 가족들이 공감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극단의 스태프로 활동했던 민섭 씨는 이제 연극 무대에서 배우로도 활약하며 지역주민과 도박중독 회복자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벅차오르는 마음을 감추기 힘들다는 민섭 씨. 한 편의 연극과도 같은 그의 삶이 어두운 절망 가운데 있는 이들을 밝게 비추는 햇살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