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자들에게 소중한 지원자, 가족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라고 대답한다. 언제나 따뜻한 시선으로 보아주시는 부모님, 늘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는 남편, 힘들 때 위로를 주는 아내, 그리고 언제나 사랑이 샘솟게 하는 자녀들. 가족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존재이다. 한편, 이런 가족은 회복자들에게 더 더욱 필요한 존재이다. 중독으로 인간관계가 끊어진 회복자들에게 가족은 허물을 덮어주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함께 협력할 때 회복자들은 보다 수월하게 도박의 유혹을 뿌리치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KLACC에서는 회복자들이 가족과 함께 하루를 보내면서 가족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매년 KLACC 가족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행복한 웃음과 함께한 가족캠프
10월 5일, 맑은 가을 바람이 부는 가운데 충주호에 위치한 청풍리조트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곱게 내려 앉은 단풍 사이로 난 산책길을 걸으며 한가로운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자세히 보면 이들은 생김 생김이 닮은 사람들, KLACC 가족캠프에 참가한 가족들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부부도 있고, 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아들과 함께 온 아빠도 있었다. 물론 자녀와 부인 등 온 가족이 함께 참가한 가족도 적지 않았다. 모두들 무엇이 그리 좋은지 하하 호호하는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본행사 시작 전 리조트 주변은 행사에 참가한 100가족, 220여 명의 따뜻한 분위기로 이미 포근해져 있었다.
회복을 기념하고, 기억하고, 나누며
개회 선언과 함께 시작된 행사는 내빈 소개와 KLACC 소개에 이어 단도박 기념 배지 수여로 연결되었다. KLACC 가족캠프에서는 2018년부터 ‘단도박 기념 배지’를 수여하고 있다. 영구출입 정지를 서약한 날을 기준으로 회복 연수에 따라 1년, 3년, 5년, 10년이 된 시점을 기념하는 배지이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10년 기념 배지 수상자도 나왔다. 경기도에서 버스를 운전하는 김진영(가명) 씨였다. 이날 진영 씨는 10년 간 단도박을 이어온 이야기를 아내와 함께 출연해 이야기해 주기도 했다. 10년 간 유혹을 참아온 힘든 과정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제 단도박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금과옥조와 같았다. 이와 함께 그의 아내 유민숙(가명) 씨는 회복자를 지켜보는 과정을 편지 형식로 준비해 많은 참가 가족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반가운 사람들이 많은 자리
캠프에서는 유난히 서로 얼싸안거나 반갑게 하이파이브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행사를 준비한 이영주 전문위원의 말에 따르면 회복 프로그램을 마치고 사회에 복귀하면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지지했던 동료들과 연락이 끊기기도 하는데, 가족캠프에서는 이들을 모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이 단도박 3년차라는 오영선(가명) 씨는 “가족캠프에 참가했다는 것은 아직 단도박을 이어가고 있다는 일종의 증명이기 때문에 캠프에서 옛 동료를 만나면 더욱 반갑습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날 캠프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와 더욱 반가웠다. 바로 전 삼성라이온즈 야구선수이자, SK와이번즈 감독으로 활약했던 이만수 감독이었다. 이만수 감독은 오른손이 없어 조막손 투수라고 불렸던 ‘짐 애보트’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NEVER NEVER, GIVE UP(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또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 기쁜 소식이 찾아올 것입니다.”라며 참가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행복한 내일을 기약하는 가족캠프
이날 캠프는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가 여럿 있었다. 식사와 숙박 일체를 제공해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 등을 마련해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또 가족 게임, 초대 가수의 공연 등으로 가족 간의 거리를 더욱 줄일 수 있었다. 덕분에 객실로 돌아가는 가족들 중에는 팔짱이나 손깍찌를 낀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본 행사가 마무리 되면서 청풍호반은 어둠이 물들고 찬 기운이 올라왔다. 하지만 KLACC 가족캠프는 가족들 사이의 온기 덕분에 화사하고 따뜻하게 저물어갔다. 소중한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내일을 기약하듯이.
캠프에 참여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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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박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오늘 배지를 받는다고 해서 딸이랑 사위까지 함께 왔어요.
그새 손자까지 생겨서 지인들에게 자랑도 할 겸해서요. 가족캠프는 “나 아직까지 잘 참고 있어요.”하고 자랑하는 자리인 것 같아요.
65세 김윤호 씨(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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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박을 결행하고, 처음 참석했습니다. 1년이 채 안되었는데, 많이들 반겨주셔서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저보다 먼저 단도박을 하셨던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많이 생각하게 되는 자리였습니다.
46세 박수연 씨(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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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가족캠프 때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근황을 말씀해주시고,
또 단도박을 잘 유지해 가신다는 소식을 전해주셔서 보람있는 자리였습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기쁨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