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돈을 좀 땄어요
2016년, 아침 신문에 단신으로 조그맣게 난 기사가 형수(가명, 52세) 씨의 눈에 들어왔다.
회사에서 퇴직을 하고 쉬면서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할 무렵이었다. 시간을 보내기가 무료해서 함께 살던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려고 했었는데,
그날 하필이면 잭팟 기사가 뜬 것이다.
게임 관련 업체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던 형수 씨는 게임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함께 지내는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게임 실력도 자랑할 겸, 바람도 쐴 겸해서 정선으로 여행지를 잡았다.
주변에 번듯한 호텔도 있고, 둘이서 좋아하는 맛집에서 고기도 먹고 며칠 편히 쉬다 올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처음에는 돈을 좀 땄어요. 첫날은 100만 원 가까이 땄었고, 다음 날도 2~30만 원은 벌었지요.”
돈을 따서 함께 간 여자친구와 맛있는 것도 먹고, 게임도 즐기고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함께 간 여자친구도 좋아했다.
자신의 실력을 보여준 거 같아서 우쭐하기도 했다. 무언가에 성공한 것 같아서 행복감도 느꼈다. 하지만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게임장을 몇 번 방문하고 나니 통장에 적힌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딸 때는 소소하게 몇 만 원, 몇 십만 원이었지만 잃을 때는 곱절도 넘는 돈을 잃었다. 그래도 스스로는 돈을 딴 날이 많았으니 자신은 게임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돈을 따면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주변에서 큰 돈을 땄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보이면서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승률이 괜찮으니 조금만 주의하면 괜찮겠지 했다. 하루에 일정 금액 이상 따거나 일정 금액 이상 잃으면 카지노를 나온다는 제법 괜찮은 대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따는 날은 통제가 되는데, 돈을 잃는 날은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게임에서 지는 날에는 잃은 돈 생각이 났다. 돈을 다 털리고 나면, 같이 게임하던 여자친구에게 돈을 더 찾아오라고 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서 퇴직 후 모아두었던 사업 자금은 바닥을 드러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잃는 날보다 따는 날이 더 많았으니 자신은 게임을 잘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통장의 돈은 더 늘어나지 않고 급기야 집도 팔고,
마이너스 대출에 신용카드 현금서비스까지 쓰게 됐다.
행운이 계속될 줄 알았어요
그러다 형수 씨에게도 잭팟이 터졌다. 천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었다. 수억 원을 날리고 처음 얻은 행운이었다. 형수 씨는 기뻤다.
하지만 그 돈은 곧바로 대출 이자 상환으로 사라졌다.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한 번 돈맛을 본 형수 씨는 다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에 사로잡혔다.
“행운이 계속될 줄 알았어요. 한 번 크게 돈을 따고 나니 다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죠. 옆에서 한두 사람씩 계속 잭팟이 터지니 그 기회가 다시 올 거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그런 행운은 다시 오지 않았다. 결국 형수 씨는 전세금을 모두 날리고 급기야 신용불량자가 됐다.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여자친구까지 빚 독촉 전화를 받는 일이 생겼다. 그제서야 형수 씨는 정신을 차렸다.
자신은 망가져도 됐지만 반려자까지 그렇게 되는 건 너무 싫었다. 그 길로 클락을 찾아가 영구정지 신청을 냈다.
2017년 연말이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자신의 변화를 돌아봤다. 살던 집은 없어졌고, 신용불량자가 됐으며,
한 달에 이자만 몇 백만 원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불과 1년 반만에 그의 삶은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었다.
게임을 잘한다, 그리고 이길 수 있다는 오만이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자신은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도전했다는 걸 깨달았다.
계획하고 이루어가는 삶의 행복
형수 씨는 클락과 상담을 통해 새 삶을 찾기로 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나이도 적지 않았고, 신용도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어
일자리를 새로 잡기는 어려웠다. 할 수 있는 일은 카드사 콜센터, 치킨집 주방일 등 힘든 일들이었다.
하지만 묵묵하고 성실하게 빚을 갚아 나가자 곧 개인 회생이 받아들여지고, 새로운 일자리도 생겼다.
작년 가을부터 형수 씨는 판교에서 사업관리자로 계약직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올 가을에는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기까지 했다.
급여도 적지 않았고, 내년이면 채무 관계도 정리가 될 것 같다. 형수 씨는 3~4년 후에는 조그마한 집을 하나 마련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지금 삶이 카지노에서의 삶보다 훨씬 행복합니다. 무언가 계획하고, 이루어가는 삶. 그게 행복이 아닐까요?.”
* 본 칼럼은 KLACC을 통해 단도박에 성공한 사례자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