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올겨울 <클락>에서 만난 김영호는 우리가 아는 배우 김영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병 뉴스에서 나온 머리카락 없는 모습이 아니라 늘 보아오던 모습 그대로였다. 단단한 표정에 카리스마 넘치는 상남자 김영호. 만나기 전에는 그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모습처럼 쉽게 범접하지 못할 인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푸근한 모습으로 변했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오히려 따뜻하게 다가온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가 앓았다는 육종암의 경과. 그에 대해서 묻자 김영호는 당연하다는 듯 웃는다. 여러 팬분들의 응원으로 병이 완치가 되었단다. 최근에 완치 판정을 받고 현재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골프 등 좋아하는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말이다.
육종암은 우리 몸의 지방과 근육, 신경과 인대 등 각 기관을 연결하고 지지하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말한다. 김영호는 올해 2월 왼쪽 허벅지 근육을 찢고 종양을 도려내는 수술을 했다. 그리고 6개월의 항암치료를 끝마치고 완치판정을 받았다. 처음 육종암인 것을 알았을 때 자신도 무척놀랐다고 털어놓는다.
처음 있었던 일이라 스스로도 놀랐고 가족들도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암이라는 쉽지 않은 병, 그도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용기를 내 과감하게 수술대에 올랐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지난한 항암치료. 그 견디기 힘든 지난한 과정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김영호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주변에서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는 힘을냈어요. 또, 저의 긍정적인 마인드도 한몫을 했지요. ‘나을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낫겠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의사 선생님께서 주문하신 대로 따라가다 보니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여러 팬분들의 응원으로
병이 완치가 됐다.

현재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는 상태이며,
골프 등 좋아하는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지내고 있다.

다양한 재능의 비결은 호기심과 흥미

배우 김영호는 본래 뮤지컬로 활동하다가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이정재 역할을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특히 수양대군과 같이 선 굵은 연기는 물론이고, 수준급의 노래 실력과 격투기 선수를 가르칠 만큼의 복싱 실력, 또 개인전을 가질만큼의 사진 실력 등 김영호라는 이름 앞에 다양한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최근에는 제빵을 배워 베이커리 전문점까지 냈다.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에게 어떤 비결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평소에 문화와 예술 분야에 호기심도 많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흥미를 많이 느낍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운동은 젊었을 때부터 꾸준히 했던 것이라 도전이라고 하기는 쑥스럽고요. 그중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했던 게 나름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베이커리가 영업이 잘되어 손님도 많았고, 입소문이 나서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들러주시는 등 감사할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작년에 뮤지컬 활동을 하고 육종암이 생기면서 도저히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게 되어 그만두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을까.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배우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그의 스펙트럼은 너무나 넓다. 그는 이에 대해 자신의 성격 이야기를 또 한다. “평소에 도전 정신이 투철해서 비결 같은 건 따로 없습니다. 다만,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뭐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직접 체험해보는 편입니다. 하나씩 알아가고 성취되는 지점에서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요.”

평소에 도전 정신이 투철해서
비결 같은 건 따로 없습니다.

다만,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뭐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직접 체험해보는 편입니다.



영화 연출은
제게 다른 역할처럼
수식어로 붙는 것이 아니라

가장 화려하게 남기고 싶은
분야입니다.

연출은 가장 화려하게 남기고 싶은 분야

배우 김영호는 육종암 완치판정 이후 최근 영화를 연출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영화 제목은 ‘마이 썬(가제)’, 엄마 없이 자란 아들에 대한 부정을 다룬 휴먼스토리의 영화다. 배우로서가 아닌 연출자로서의 도전. 그는 왜 이런 도전을 하게 됐을까.
“많은 배우가 연기를 여러 해 하다 보면 연출에 욕심이 생깁니다. 언젠가 나도 연출을 한번 해 봐야지 합니다. 하지만 그중 반은 생각과 희망에서 멈추고 포기합니다. 그중 반은 의지는 있지만 여건이 안 돼 포기하고, 결국 연출에 나서는 사람들은 몇 안 되죠. 저는 그중 남은 몇 안 되는 사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연출을 준비해 시나리오 작업을 꾸준히 해 왔고, 2015년 ‘천사의 노래’란 영화로 광주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으면서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현재 소속사에서 지지를 해주시면서 실행에 들어가게 됐죠. 영화 연출은 제게 다른 역할처럼 수식어로 붙는 것이 아니라 가장 화려하게 남기고 싶은 분야입니다. 하지만 아직 영글지 않은 직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욕심이 더 납니다.”
그의 두 번째 영화는 현재 각색 작업이 한창이다. 내년 가을 개봉을 목표로 한창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배우 김영호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후 계획에 대해 그는 콘서트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원래는 영화감독 작업 전에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콘서트를 하지 않을까 싶고요. 제 본연의 배우로서의 활동도 내년에는 활발하게 할 생각입니다.”
살다가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사람을 만날 때가 종종 있다. 몸에 딱 맞는 옷처럼, 그 일에 제격인 사람. <클락>이 만난 김영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의 ‘긍정 에너지’가 2020년에는 더 큰 힘을 발휘하기를 응원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그를 보는 이들에게 전달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