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밖 풍경을 즐겨 보세요
올해 신작<혼자가 혼자에게>를 펴내고 자연스럽게 독자와 만나고 있다는 이병률 작가.
신간을 내고 바쁠 법도 한데, 인터뷰 요청에 선뜻 응대한다.
그리고 바쁘지 않냐는 질문에는 바쁜 상황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 바쁘지 않다고 웃음으로 대답을 한다.
오히려 최근 강연 등으로 기차 타는 일이 많아서 계절을 흠씬 느끼고 차창 밖 풍경도 즐기고 있다고 답한다.
이병률 작가는 <끌림>이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와 같이 사람들의 가슴 언저리를 울리는 책을 다수 집필했다.
어떻게 그런 글들을 쓸 수 있었을까.
“저의 순간순간들을 모았습니다. 여행하는 시간을 아꼈던 시절이었고요.
사람들은 잊고 사는 자신의 고유한 색깔들이 있는데 그걸 잊고 살거나, 잃고 사는 사람들에 대해 고민을 했던 시기였어요.
세상에는 평균의 색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그 평균의 색에 젖어 사는 것만 같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그 책들 안에다 저의 색깔들을 좀 과하게 어질러 놓았단 생각도 드네요.”
답답한 일상에 여행이
주는 의미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파릇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여행, 작가가 여행을 권하는
이유를 알듯도 싶다.
도시에 살면 별을 볼 수 없어요
이병률 작가를 말할 때 여행을 빼놓을 수는 없다. 물론 199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집을 여럿 내고, 2006년 현대시학 작품상을
수상한 중견시인이기도 하지만 여행 에세이로 보다 널리 알려져 있다. 그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여행은 제게 책상에서만 글을 쓰지 않겠다는 선언 같은 것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다른 작가도 그러리라 생각됩니다.
처음엔 저의 피를 바꿔보겠다는 야심 같은 걸로 시작되었어요.”
과연 시인다운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여행은 우리와 마찬가지의 의미였다고 고백한다.
“정체되어 있는 삶 속에서는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지요. 떠나는 것만이 답이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최소한의 정을 나누면서
제가 파릇파릇한 상태에 놓이는 기분도 즐겼습니다. 일상만으로는 자극을 얻어올 수 없지요. 도시에 살면서 별을 볼 수 없는 이치와도 같습니다.”
철학적인 말이다. 하지만 답답한 일상에 여행이 주는 의미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파릇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여행, 작가가 여행을 권하는 이유를 알듯도 싶었다.
외로움을 견딘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
그런데 최근 여행을 담은 책을 한 권 더 펴냈다. <혼자가 혼자에게>, 무슨 뜻일까.
“두 가지 의미를 담았어요. 첫 번째는 혼자로 있다보면 내 안의 다른 혼자를 만나게 된다의 의미에요.
그렇게 만난 다른 혼자를 통해 자신과 친해지면서 객관화하는 과정에서 단단해져 간다는 거죠.
두 번째는 내가 괜찮은 혼자가 되어야, 어떤 괜찮은 혼자를 만나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는 건 아닐까 싶어서 제목에다 몇몇 의미를 담아봤습니다.”
그런데 혼자는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 그에게 되물어 봤다. 혼자는 외롭지 않을까 하고.
“계속 혼자 있으라는 메시지는 아닙니다. 가끔 혼자 있어보라는 메시지에 가깝죠. 혼자의 일차적 정체는 외로움일텐데,
그 외로움을 지나보지 않는다면 우린 시시한 일 앞에서도 자주 힘이 들 거예요.”
한편으로는 혼자 있는 사람들에게 응원이 되는 메시지란다.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이해가 된다. 외로움을 견딘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라는 작가의 말도 와닿았다.
계속 혼자 있으라는
메시지는 아닙니다.
가끔 혼자 있어보라는
메시지에 가깝죠. 혼자의 일차적
정체는 외로움일텐데,
그 외로움을 지나보지 않는다면
우린 시시한 일 앞에서도
자주 힘이 들 거예요.
혼자를 견디는 방법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이 현대인들이 아닌가도 싶다. 작가는 혼자에 관해서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번 책이 혼자에 대한 사색을 모은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에게 혼자를 견디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저는 걷는 것부터 시작하면서 자기 자신하고 친해지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짧게 혹은 길게 가는, 전철이나 버스를 혼자 타보는 것.
그리고 걷거나 종점까지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 동안 자기 자신한테 자잘한 것들부터 질문해 보기(물론 당장 답을 내릴 수는 없더라도),
반드시 혼자 20일 정도의 여행을 해보기 등을 추천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하고 가까워진 상황들을 만나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누구랑 같이 있어도 외롭고 또 혼자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 그 근본이 막막한 상태로 놔둔 자기 자신으로부터라는 사실도 알게 될 겁니다.”
내가 준비되어야 하고,
내가 좋은 상태에
늘 놓여 있어야 하지요.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있지
않다면 다른 좋은 사람이
나를 알아볼까요?
무작정 기다린다고 행복이 오지 않아요
이병률 작가는 이름이 알려지면서 강연을 자주 다닌다. 그런데, 그는 최근에 ‘행복’에 대한 강연을 많이 요청받는다고 한다.
“가끔은 책에 사인을 해 드릴 일이 있습니다. 성함 밑에다가 이런 저런 문구를 적어 드리는데, 많은 분들이 원하는 문구는 ‘행복하세요’
같은 문구라는 걸 알고 좀 놀랐습니다.” 작가는 그 때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원한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저는 행복에 대한 강의를 할 때는 무작정 기다림만으로는 행복이 도착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려요. 내가 준비되어야 하고,
내가 좋은 상태에 늘 놓여 있어야 하지요.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있지 않다면 다른 좋은 사람이 나를 알아볼까요?”
혼자, 그리고 내가 먼저 좋은 사람. 참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