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문제 해결의 오해

어떻게 하면 중독의 치명적인 질병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을까? 질병을 일으킨 다양한 원인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 같지만, 대부분의 환자나 보호자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환자로부터 도박문제를 단순히 빼앗아 버리려 하거나 박멸시키려고만 한다. 이 방법은 매우 효율적인 것 같기도 하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환자 속에서 빠져나갔던 도박문제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덧 환자 속에 다시 들어와 자기집인냥 버젓이 버티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도박문제의 재발을 맞게 된 가족들의 실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며, 환자에게서는 하나의 희망조차도 찾을 수 없어 보여 결국 치료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빼는 것만큼 채우는 것이 중요해

이렇듯 도박문제를 환자에게서 뽑아버리는 것은, 벽으로 둘러싸인 일정 공간에서 공기를 뽑아내는 것 같다. 공기를 뽑아내면 그 공간은 진공상태가 될 것이며, 만약에 진공이 된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벽에 작은 구멍이라도 생기면 눈 깜짝할 사이에 공기가 외부로부터 그 공간 안으로 다시 들어와 버릴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공기만 뽑아내지 말고 다른 것, 예를 들어 물과 같은 액체나 다른 기체로 공기가 빠져나간 곳을 채운다면 빠져나간 공기가 다시 쉽게 치고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도박문제가 빠져나간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된다. 단순히 환자에게서 도박문제만 빼버리면, 쉽게 도박장애가 재발하게 된다. 따라서 도박문제가 빠져나간 곳을 무엇인가로 꼼꼼하게 채워야 한다.

재발가능성을 낮추는 건강한 행위중독

그런데 무엇으로 채우는 것이 효율적이며 재발가능성도 낮출 수 있을까? 아무것이나 마구 채울 수도 있지만, 도박장애를 일으켰던 요인들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는 것들이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전문가들에 의한 약물치료나 정신치료가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이지만, 우리가 직접 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건강한 행위중독이다. 건강한 행위중독에는 취미나 종교활동, 사회봉사, 기부, 그리고 운동 등이 있다. 오늘은 운동, 그것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추천한다. 운동하지 않던 사람들에게 운동을 권하면 이것저것 따지거나 고민하면서 운동을 시작하는 것조차 너무 어려워하며 그냥 몇 달을 보내버리는 경우가 많다. 시작이 반이다. 일단 좋아할 만한 운동을 당장 시작하는 것이 50점을 얻고 들어가는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처음부터 너무 지나치고 무리하게 운동을 시작해서 이내 몸에 고장이 나거나, 지쳐서 포기하기도 한다. 절대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처음에는 하루 20~30분 정도가 적당하고, 시간을 늘리고 싶으면 한 달에 5분 정도씩 늘리면 적당할 것이다. 이렇게 해도 6개월이 지나면 벌써 하루에 50~60분씩 운동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유산소운동이 효과적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를 고르라면, 걷기운동을 권한다. 이것이 좀 약한 것 같다면, 숨이 차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뛰는 것이 좋다.
꾸준한 운동은 낮아진 자존감과 열등감을 회복시켜주고, 충동적이며 강박적인 성격을 완화시켜주며, 우울기분을 낮춰준다. 뿐만 아니라 도박중추신경계에서 도파민을 공급해주며, 낮아진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을 높여준다. 도박문제가 빠져나간 곳을 꾸준한 운동으로 꼼꼼하게 채워서 도박장애의 재발을 막아보자.

* 본 칼럼은 KLACC 자문위원의 참여로 행위중독에 대한 예방, 치료, 실천 등의 이야기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