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자 출신 강사들과 함께

게임에 집중한 이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26회차 동기강화캠프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정선 스키 점프대 옆에 위치한 리조트에서 진행되었다. 도심에는 단풍이 막 물들기 시작했지만, 이곳은 벌써 낙엽이 바닥을 가리고 있었다. ‘가을과 함께하는 휴식’을 주제로 한 이번 26차 동기강화캠프에는 모두 27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번 캠프에는 회복자 출신의 강사 두 명이 참여했는데, 도박에 빠져 있다가 회복된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은 중독 경험자로서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해 주기 위해 참석했다고 한다. “저도 회복을 시작한 것이 이 동기강화프로그램이었습니다. 주식을 하다가 카지노에 출입하기 시작하여 12년간 청춘을 바쳤지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 덕에 단도박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황보환 강사의 말이다. 다른 회복자 출신 강사인 이승기 강사는 “제가 단도박을 하는데 명상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람은 무엇에 한 번 중독되면 뇌가 패턴화되어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명상은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중독된 뇌를 쉬게 해주기 때문에 치료에 효과적입니다.”라며 명상과 휴식의 중요성을 말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동기강화캠프의 두 번째 날은 아침 식사에 이어 아침 산책이 진행되었다. 숙소 둘레를 따라 1시간가량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는 시간이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책에 나선다. 모두 동기강화캠프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한다. 동기강화캠프는 재참여율이 높다. 2박 3일간 진행되어 시간적 부담이 있지만, 마음의 여유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참여한 사람들이 다시 참여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연히 참여한 동기강화캠프가 저를 조금은 사람답게 만들어 놨습니다. 그 덕에 게임 횟수와 베팅 금액을 대폭 줄일 수 있었습니다.”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산책 시간이 끝나자 리듬&플로우의 시간이 이어졌다. 먼저 몸풀기 체조와 간단한 스트레칭이 이어졌다. 따뜻한 실내에서 조금씩 움직이자 몸이 달아올랐다. 하와이안 댄스에서는 몸이 풀리는 듯했다.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음악에 맞추어 움직이니 흥이 절로 났다. 마지막 명상에 이르자 참가자들의 표정은 모두 밝게 변해있었다.

바디스캔은 명상법 중 하나로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느끼고
지켜보는 명상법이다.

나 자신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점심 식사 후에는 이승기 강사가 진행하는 바디스캔이 이어졌다. 바디스캔은 명상법 중 하나로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느끼고 지켜보는 명상법이다. 바디스캔 방법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준비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호흡소리가 거칠어졌다 잦아들기 시작했다.
강사의 인도에 따라 의식을 몸 구석구석에 집중시키고 호흡으로 그 부분을 더듬어 본다. 발끝에서 무릎을 지나 척추를 타고 목뒤로 올라와 머리끝까지. 나의 몸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살면서 이렇게 나의 몸 구석구석에 집중해 본 적이 없어요. 뭔가 오묘하고 신비한 기분이 들었어요.” 참가자 박효원 씨는 이렇게 말하며, 바디스캔을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함께 경험을 나누는 시간

저녁 시간에는 ‘기억에 남는 글 서로 나누기’가 진행되었다. 서로가 좋아하는 글귀나 감동을 받았던 구절을 소개하고 그 이유를 말하는 시간. 참가자 중 한 사람은 이 프로그램 덕에 독서량이 늘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좋은 글귀들이 쏟아져 나오자 서로 박수를 치며 공감해주었다.
마지막 시간에는 회복자 출신 강사들이 회복 경험담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조용한 가운데 이어지는 삶 이야기속에서 참가자들은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이었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리라. 참가자 중 한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저와 같은 처지에 있던 분이 강사까지 된 걸 보니 너무 멋지고 부러웠습니다. 덕분에 저도 꿈이생겼어요. 열심히 살아서 나도 누군가에게 성공 사례가 되고 싶어요.”
‘여유’의 시간이기도 했고, ‘힐링’의 시간이기도 했고, ‘감동과 공감’의 시간이기도 했던 제26차 동기강화캠프의 둘째날은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마음속에서 파란 싹들이 조금씩 움트는 걸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