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당신 곁에 따스한 온기가 있는 한

소설 <아몬드>에는 한 소년이 등장한다. 이름은 선윤재. 그는 선천적으로 ‘감정 표현 불능증’을 겪고 있다. 뇌에 있는 ‘아몬드’라는 편도체가 작아서 공포나 불안 등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사람의 감정도 읽지 못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될 수 있었던 윤재가 행복해질 수 있었던 건 자신을 믿고 응원해준 사람들 덕분이다. 친구가 되기 전에는 윤재를 괴롭혔던 양아치 곤이, 사고로 혼자가 된 윤재를 돌봤던 심박사, 윤재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알려준 맑은 심성의 도라까지.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건 없는 사랑을 보낸 어머니와 할머니가 있었다. 윤재는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 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어머니와 할머니)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라고 말한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피를 나눈 가족도,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아온 친구도,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태어날 때부터 함께인 가족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툴 때가 있는데, 하물며 남남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이 만나 이해해나가는 과정이 쉬울 리가 없다. 한 사람의 가치관은 자신이 살아온 환경, 주변을 둘러싼 관계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당신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언젠가는 변하겠지’, ‘내가 변화시킬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그가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누군가의 진정한 동반자가 되고 싶다면 혹은 되고자 한다면,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 혹은 부족한 사람은 없기에 그 사람의 진심과 가치를 들여다보려고 시도해야 한다. 또한 막연히 남이 나를 이해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 필요도 있다. 상대방을 저울 위에 놓고, 여러 기준에 맞춰 평가하고,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언젠가 그 관계는 무너지고 만다.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그건 한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에 달려있다. 한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상대방의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