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김장, 즐기는 봉사
다른 지역보다 추위가 한발 앞서 다가오는 강원도. 절인 배추의 속을 양념장으로 채우는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미리 속을 단단히 절여둔 배추와 준비해둔 매콤한 양념장의 싱싱함이 초겨울의 추위를 잊게 만든다.
참가자들은 3,000포기라는 산더미 같은 양에도 힘든 기색이 없이 웃음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잘 버무린 김치 한 쪽을 떼 맛이나 보라며 서로의 입에 넣어주기에 바쁘다. “이곳은 우리 봉사단과 인연이 깊어요.
봄과 여름에는 어르신들의 말벗도 해드리고 청소도 하고, 가을에는 건물 뒤에 사과나무도 심었습니다.
고추를 심을 때는 땅을 곱게 고르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한 번 나오게 되면 아무리 바빠도 다음에도 꼭 나오게 된다니까요.”
자원봉사단 활동을 나오느라, 오늘 하루 직장에 휴가를 냈다는 참가자였다.
다른 이들 중에는 아직 집에서는 김장은 커녕 절일 배추도 못 고르고 나왔다는 참가자도,
새벽에 끝나는 업무로 한숨도 자지 못하고 김장 행사에 참석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피곤해서 제대로 봉사를 못 했다고는 하시지만, 봉사활동으로 중독을 이겨낸 분들이 많으세요.
다들 바쁜 일을 제쳐놓고 제일 먼저 봉사하러 오시거든요.”
자원봉사단을 이끌어가는 김정희 전문위원의 말이다.
“그리고 참여자들은 모두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나오세요. 자연스레 웃고 떠드는 시간이 됩니다.
활동이 힘들어도 서로의 웃는 얼굴을 보면 즐거워지고, 봉사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가시는 거죠.
자발적으로 나오시는 것도 그 즐거움에 대한 기대 때문인 거 같아요.”
남을 위해 베푸는 마음
김장이 바쁘게 진행 중인 마당을 넘어서면, 산 입구부터 요양원까지 높고 긴 길목에서 낙엽을 쓰는 참가자들이 작업에 한창이다.
흩어진 낙엽을 빗자루로 쓸어 가지런히 정리해둔 솜씨가 한 폭의 작품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곳은 고도가 높아서 낙엽길이 미끄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방문할 때마다 몇 명은 길을 정리하는 일을 맡아요.”
가장 고된 일이지만 길을 정리하는 동안 참가자들끼리 나누는 이야기 소리는 밝기만 하다.
추위에도 구슬땀이 흐를 만큼 손과 발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은 빼먹지 않는다.
“봉사는 내가 가진 것이 없어도 남에게 줄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저 자신을 돌아보면서 반성도 하게 되고 느끼는 것들이 많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시작한 일이지만 나눌수록 자신들의 마음과 자세가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봉사를 하면서 남이 행복해하면 자신도 행복해진다고 한다.
"활동이 힘들어도 서로의 웃는
얼굴을 보면 즐거워지고,
봉사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가시는 거죠.
자발적으로 나오시는 것도
그 즐거움에 대한
기대 때문인 거 같아요"
나와 너, 우리 모두를 치유하는 봉사의 힘
점심시간이 되자 참가자들이 요양원 건물 안으로 모였다. 방금 김장을 마친 배추에 포근한 수육, 따끈한 밥과 국물로
배를 채우니 힘이 솟는다. 오늘도 동료들은 서로를 칭찬하며 다음 일정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공간을 따뜻하게 채운다.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카지노에 영구정지 신청을 낸 동료들이 많아요. 나를 위해서가 아닌 남을 위하는 시간을 더 가지고 싶다고요.”
참가자 명순(가명) 씨와 동료들은 봉사를 통해 남을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희는 자원봉사단이지만 분위기는 가족같아요. 봉사는 자발적인 마음으로 하는 것이고요. 다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모이셔서인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있었던 부정적인 것들을 털어냅니다. 자주 웃으시니까 인상도 몰라보게 달라지신 분들도 많아요.”
점심이 끝나자, 마저 일을 마치기 위해 참가자들은 각자의 작업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잘 익을 김장김치를 기대하는 수다가 계속 이어졌다.
하하호호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있었던
부정적인 것들을 털어냅니다."

MINI INTERVIEW

이성희 참가자
(가명)
- Q. 참가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카지노와 잠시 쪽잠을 자는 숙소가 제 삶의 공간 전부였습니다. 처음에는 도움이 필요한 이곳저곳을 다닌다고 해서 또 숙소에서 친하게 지낸 동료가 같이 참가하자고 나오게 됐어요. 삶의 텅 빈 곳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Q. 활동하시면서 느낀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 아침 일찍 봉사활동을 나오는 건 체력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또, 봉사라고는 하지만 궂은 일도 있지요.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옆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료를 보면 힘이 솟아요. 오늘 온 요양원은 봉사활동으로 자주 방문하는데, 작은 도움에도 감사해 주셔서 더욱 자주 오고 싶어집니다.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들으면 제가 뭔가 한 것 같은 우쭐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 Q.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막상 봉사를 하고 싶어도 한 번 시간을 내기는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번이 어렵지 두세 번이 되면 자발적으로 계속 나오게 되더라고요. 내 시간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온전히 쏟아붓는 것. 그 가득 차오르는 행복을 모르시는 분들은 한번 나오셔서 함께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정희 전문위원
- Q. 프로그램의 목적은 무엇인지요?
- 봉사를 통해 이웃에게 따뜻한 관심을 전하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있습니다.
- Q. 봉사 활동이 주는 장점이 있을까요?
- 봉사활동은 어려운 활동이 없기 때문에 금방 관심을 끌고 적극적인 태도와 자세를 갖게 만듭니다. 또한 내가 아닌 타인을 돕는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에게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보람은 스스로의 모습을 대견하게 생각하게 하는 데까지 이어지고요. 자연스럽게 삶의 목적을 인식하고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어주죠.
- Q. 프로그램을 통해 느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활동을 통해 도박을 이겨내시는 모습을 보고, 또 봉사를 계속하고 싶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일에 대한 가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봉사를 위해 자신의 생업을 쉬면서까지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남을 돕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시는 모습은 저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 Q. 함께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참가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참가하시는 많은 분들이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변화된 모습에 위로를 받는다고 말씀하십니다. 봉사는 주기적인 실천과 자발적인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서로 믿고 의지하며 따뜻한 마음을 계속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